[책] <트렌드 코리아 2025> 독서 후기
📚 책소개
역대급 무더위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2024년 여름, 지구는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의 기록을 연달아 갱신했다. 지금 우리는 '역대급'이라는 말 자체가 역대급으로 많이 쓰이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근 2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추이와 소비 활동의 여러 모습을 추적, 관찰해 온 트렌드 코리아 팀은 대한민국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특유의 역동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전에 없는 다양성을 표출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를 책에 담고자 했다. 대한민국은 열풍의 나라이기도하다. 해외 토픽을 장식한 푸바오 열풍, 마라탕과 탕후루에 이은 두바이 초콜릿 열풍, AI 열풍, 의대 열풍, 스페셜티커피 열풍, 레트로 열풍,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먼작귀' 열풍까지... 이 모든 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런 열풍의 이면에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과 결핍은 무엇일까?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역시나,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다시 돌아온 〈트렌드 코리아 2025〉 책 리뷰.
리뷰라기 보다는 요약, 기록이 더 맞는 표현이 될 것 같지만.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령·성별·직업 등을 통해 떠올리는 특정 집단의 전형성이 옅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트렌드 코리아 2025〉 첫 번째 키워드는 '옴니보어'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수식어로부터 자유롭다. 「이제 '남성/여성스럽다', '나잇값을 한다'는 식의 수식어는 옛말이 됐다.」 이와 같은 수식어의 붕괴는 시장분석에도 영향을 준다. 인구학적 특성(연령, 성별, 거주지역, 소득 수준 등)을 기준으로 소비자를 세분화하여 분류한 집단을 '세그먼트'라고 하는데, 취향이 극도로 세분화되면서 마케팅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었던 이 세그먼트의 개념이 차츰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옴니보어(omnivore)'란 사전적으로는 잡식성이라는 의미이고, 파생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트렌드 코리아는 폭넓은 문화 취향을 가지고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를 옴니보어라 칭한다. 이들은 인구학적 기준을 벗어난 개성 있는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2025년의 트렌드 키워드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라이프 사이클, 연령, 세대, 성별의 변화를 통해 살펴보았다.
첫 번째는 라이프 사이클이 변화다. 이제 자녀의 나이만으로는 부모의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대체로 출산 적령기에 아이를 낳았던 과거와 달리 결혼과 출산의 연령에 적령기라는 벽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직장을 다니며, 혹은 퇴직 후 대학원에 들어가기도 하고, 대학에서는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시니어층을 겨냥한 학과가 개설되기도 하였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연령의 변화. 챌린지 곡으로 유명한 '마라탕후루'를 만든 원곡자는 다름 아닌 초등학생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어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시대는 끝났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30대가 되기 전부터 영양제를 챙겨 먹고, 그들 사이에서 노화를 늦추는 생활 습관인 '저속노화' 열풍이 불고 있다. 뷰티 영역에서는 저속노화와 같은 맥락으로 '슬로 에이징'이 급부상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세대의 변화다. 옴니보어 시대에는 어른들도 직업 체험을 한다.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에서 어른들을 위한 직업 체험 행사 '키즈아니야'를 열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명탐정 코난〉이나 〈잔망루피〉 등의 만화 캐릭터 굿즈를 소비하는 주요 고객 또한 2030 세대다.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서도 세대 간의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시장분석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앱을 사용하는 연령대별 격차가 4년 사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마지막은 성별의 변화다. 스포츠를 즐기는 성별은 기본적으로 남성이 우세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24년 상반기 프로야구 티켓 구매자의 50% 이상이 여성이었다(축구, 배구, 농구도 마찬가지). 성별의 변화는 패션 영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젊은 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블록코어' 스타일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블록코어는 본래 영국에서 사내를 뜻하는 'Bloke'과 평범한 스타일을 의미하는 'Normcore'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의복 표기에 성별을 지우고 사이즈만을 표기하거나, 성별이 구분되어 있던 매장을 통합하는 등의 변화를 주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은 이와 같은 소비 특징을 보이게 된 것일까. 먼저, 책에서는 기대 수명의 증가를 원인으로 꼽는다. 100세 시대, 이제는 더 나아가 110세 시대다. 건강하게 긴 노년기를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인생 시계의 속도도 느려졌다. 이제는 나이와 관계없이 결혼과 출산, 또는 학업, 취업 등을 개인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접해볼 수 있게 된 것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기존의 패턴을 고수한다면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옴니보어 시대에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가치·취향·기분·상황 등의 새로운 변수를 통해 소비자를 재정의해야 한다. 가령 예를 들어 '혼수 냉장고'를 장만할 소비자를 찾을 경우, 이제는 연령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청첩장을 주문한 사람', '결혼 커뮤니티에 가입한 사람' 등의 상황 지표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옴니보어 시장에서는 CoG 소비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CoG(Center of Gravity)'는 무게중심을 뜻하는 말로, 적의 전투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의 중심을 가리키는 군사 용어이기도 하다. 이 용어를 시장에도 적용하여, 무게중심에 해당하는 소수의 타깃 공략에 성공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숨어있는 잠재적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어?"라는 친구의 질문에 "특별한 일 없이 그저 그런 하루였어"라고 대답하는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듣고 싶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오늘 하루가 그저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지나가기만 해도 축복인 요즘이다. 이에 따라 평범한 '보통의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책에서는 이와 같이 무난하고 안온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로 두 번째 키워드인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여 '#아보하'라고 명명한다. '아보하'는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쓴 〈아주 보통의 행복〉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은 말이라고 한다.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하기 위해 '행복'이 '하루'라는 단어로 대체되었다. 현대인들에게는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집 안에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스럽고, 이 시국에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사치처럼 여겨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참 소중해졌다.
#아보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상이다.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구 씨 아저씨'라고 불리는 구성환 배우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화제가 된 그의 일상은 평범했다. 옥상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자기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반려견 꽃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지극히 일상적인 하루가 흘러갔다. 인정받기 위한 행복이 아닌 자연스러운 그의 일상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소비하는 것을 한국 소비문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꼽는다. 그 때문에 우리는 값이 비싸더라도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명품을 선호한다. 이와 같은 소비문화에 피로를 느끼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소확행과 #아보하의 차이는 립스틱과 치약의 차이다.」 이는 소확행의 의미가 변질됨에 따라 보여주기식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와 달리,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사적인 소비를 통해 일상의 소소함을 즐기고자 하는 #아보하적 소비 철학을 설명하는 글이다.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 장원영 씨가 보여준 긍정적 사고방식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있다. 그녀는 어려운 일이나 문제와 직면했을 때 '오히려 좋아'와 같은 마인드로 상황을 극복하며 '럭키비키'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원영적 사고'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사고방식의 유행을 통해 현대인들이 눈앞에 닥친 위기 상황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된 많은 사람들이 지쳐버렸다.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아보하 트렌드에 맞는 마음의 평화를 선사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보하가 지나치게 현실에 안주하게 하여 사회의 집단 무기력을 유발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경제의 더딘 성장 속도와 성공의 높은 장벽으로 인해 긍정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버겁게 되자, 더욱더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 열정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현실 속에서, #아보하의 역할은 현실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 안온한 일상 안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언젠가부터 '쇼펜하우어'의 책이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제거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이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허구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끝내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대인들이 인생의 답을 구하기 위해 쇼펜하우어의 책을 펼쳐든 것으로 보인다. SNS의 자극적인 알고리즘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 또한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된다. '#아보하'라는 트렌드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비합리적인 사회 구조와 불경기 속에서 많은 현대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똑같은 것은 싫다. 개성이 드러나는 나만의 소비를 추구한다. "하늘 아래 같은 상품은 없다"는 명제를 교리처럼 따르는 신인류가 나타났다.
얼마 전 '옵젵상가'라는 소품샵에 방문한 적이 있다. 벽면에는 파우치, 키링, 장갑 등등 다양한 일상용품이 걸려있고, 중앙에는 갖가지 와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파우치나 키링에 와펜을 붙여보며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았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많았다. 이처럼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나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기업들도 완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피자에 '토핑'을 추가하듯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커스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부수적인 요소 '토핑'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내는 시장의 변화를 세 번째 키워드인 '토핑경제'라 명명한다. 토핑경제는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유형은 '꾸꾸꾸' 유형이다. 토핑을 활용해 무엇이든 일단 꾸미고, 꾸미고, 또 꾸미고 본다는 뜻이다(일부에서는 '꾸며도 꾸며도 꾸민 것 같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책에서는 위의 뜻으로 쓰인다). 한때 유행을 주도했던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트렌드가 지나가고 '꾸꾸꾸' 트렌드가 새롭게 등장했다. 휴대폰 꾸미기나 다이어리 꾸미기는 기본이요, 이제는 가방, 신발, 키보드, 티셔츠 등 상품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입맛대로 꾸미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젠틀몬스터, 미우미우 등의 패션 업계들도 꾸미기 가능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꾸미기의 유행과 함께 1020 세대들 사이에서는 액세서리 부자재를 판매하는 '동대문'이 다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토핑경제 두 번째 유형은 최고보다는 '최적의 상품'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며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색상을 찾기 위해 여러 브랜드를 헤매는 '파데 유목민'이 증가하자,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은 AI 기술을 도입하여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음료를 주문하는 과정에서도 최적의 상품 찾기가 포착되었다. 최근 SNS에서는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아샷추'부터 오렌지주스에 샷을 추가한 '오샷추', 레모네이드에 샷을 추가한 '레샷추' 등등 각양각색의 레시피를 만들어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토핑경제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딱 맞는 '최적의 상품'을 원한다. 기존에도 커스텀 가능한 상품들이 존재했지만, 토핑경제에서는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아주 미세한 차이까지 반영한 초개인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진보된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은 '모듈형 토핑' 유형이다. 모듈형 토핑은 필요에 따라 넣고 뺄 수 있는 변형 가능한 형태를 가진다. 스마트 워치의 스트랩(시계줄)을 생각하면 쉽다. 이와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모듈러 가구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환경에 따라 'ㄱ'자 또는 'ㅡ'자 등으로 배치를 바꿀 수 있는 모듈 소파, 그리고 마찬가지로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옵션을 넣고 뺄 수 있는 침대 등이 여전히 인기라고 한다. 더 나아가 이제는 자동차에도 모듈러 디자인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기아는 「자동차 산업의 최대 화두인 PBV 키워드를 기존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에서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으로 재정의」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선언했다. 기아는 소비자가 실내 공간을 사용 목적에 맞게 바꿀 수 있는 혁신적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이와 같은 변화를 예고했다. 새롭게 변화한 PBV는 올해 7월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아파트의 공간을 레고처럼 변신시킬 수 있는 신개념 평면도가 도입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토핑경제 시대에 접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배경을 들어 설명한다. 첫째는 과거 포디즘 시대의 산업이 대량생산을 통해 대중적인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 그쳤던 반면, 오늘날에는 풍요롭게 공급되는 상품들이 상향 평준화를 이루며 소비자들이 더 이상 표준화된 상품에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된 점. 둘째는 소비자들이 구매 만족보다는 효능감을 더 중요시하는 취향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24년 상반기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판매점 '요아정'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트렌드 코리아는 역시 '토핑'을 원인으로 꼽았다. 마라탕과 훠궈(하이디라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소비자가 직접 재료를 선택하여 나만의 레시피를 제조하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개인의 개성과 가치관을 중요시 여기는 이 시점에 기업들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먼저 토핑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제품의 품질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피자를 만들 때에도 도우가 좋은 맛을 잃으면 아무리 좋은 토핑을 올려도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기본 가치는 지키되, 토핑을 통해 기본 가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서 제시한 방법이 선행된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극대화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기술이 표정을 짓고 있다.
네 번째 키워드는 '페이스테크'다. 페이스테크는 「얼굴과 표정을 표현하고, 읽고, 만들어내는 기술이 급성장하는 트렌드」를 명명하는 키워드다. 2014년 인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꼬마버스 타요'가 실제 서울 시내에 버스로 등장해 많은 어린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서울시 버스뿐만이 아니라 트럭, 자가용 등의 많은 차량들이 얼굴을 갖게 되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식당의 서빙로봇, 공항의 안내로봇도 표정을 가지고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인간들이 기술에게 얼굴을 만들어준 이유는 첫인상 때문이다. 사람의 첫인상은 불과 3초 이내의 짧은 시간 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때문에 표정이 없는 기계보다는, 인간과 유사한 표정을 가진 기술이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다음의 세 가지 유형과 함께 페이스테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 유형은 '표정 입히기'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을 관찰하다 보면, 간혹 전조등과 후미등이 얼굴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페이스테크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자동차 표정 입히기에 나섰다. 도로를 주행하거나, 신호 대기 중일 때 차량 밖의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표정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전면부에 LED 디스플레이(그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차량과 사람 간에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페이스테크 트렌드에 따라 AI 기술도 표정을 가진 디지털 휴먼으로 진화하고 있다. 감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표정과 움직임이 가능한 '인간다운'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전망이다.
두 번째 유형은 '표정 읽어내기'다. 우리는 타인의 표정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예측하고 읽어낸다. 찰스 다윈은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대상의 감정 변화를 예측하여 적절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곧 생존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술도 대상의 얼굴과 표정을 읽는다. 휴대폰 얼굴 인식 기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활용되고 있지만, 관련 기술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신한카드가 카드 업계 최초로 얼굴 인식 비대면 실명 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제는 얼굴로 본인을 인증하는 기술에서 더 나아가 표정을 통해 감정 상태를 파악한다. 의료계에서는 인공지능과 의료 서비스를 통합하여 안면인식 건강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 환자의 건강을 체크하고 돌보며, 자동차 업계에서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필요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마지막 유형은 '고유의 표정 만들기'다. iOS에서 새롭게 선보인 '젠모지'는 '생성하다(generate)'와 '이모지(emoji)'의 합성어로, 2024년 말부터 애플 기기에 새롭게 추가된 AI 기능 중 하나다. 젠모지는 AI가 텍스트 필드에 적힌 설명에 따라 적절한 이모티콘을 여러 개 생성해 주고, 사용자가 그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이와 같이 「각자의 개인화된 표정을 창조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활용하는」 유형을 '고유의 표정 만들기'라고 한다. 현대의 표정 만들기는 과거의 아바타 만들기보다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뷰티 업계에서 고유의 표정 만들기 트렌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AI의 기술을 통해 가상 체험 기능을 제공하여 온라인에서도 제품을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장바구니 구매전환율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한다(비슷한 맥락으로 만들어진 안경앱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는 청소년이 된 주인공 라일리가 표정을 통해 친구들의 감정을 예측하는 장면이 나온다. 표정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과정에 꼭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다. 메신저 대화만으로는, 언어와 문장만으로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다. 특히나 한국의 경우 '고맥락 사회'이기 때문에 비언어적 단서에 의존하는 정도가 더 높다고 한다. 더불어 코로나 시기를 거쳐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 시점이다. 기술 과잉의 시대, 이제는 기업들도 기술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기술과 사용자 간의 교감을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1인 가구가 늘고 사회적 거리감이 멀어질수록 기술은 더욱 더 인간을 닮아가게 될 것이다.
귀엽고 깜찍한 물건을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최근 나타나는 소품에 대한 인기는 이례적이다.
나는 귀여운 소품을 좋아한다. 소품숍 구경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깜찍한 동물이 나오는 숏츠를 즐겨보며, 마음 가는 대로 귀여운 볼펜이나 스티커, 피규어 등을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취향은 비단 나만 즐기고 나만 즐거운 은밀한 취미생활이 아니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인형 키링 소품숍 등 귀여운 것에 대한 구매 이력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 코리아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작고 귀여운 것들을 '무해함'으로 범주화하고 무해한 사물들의 준거력(사람들이 따르게 하는 힘)이 강해지는 현상을 다섯 번째 키워드 '무해력'이라 명명하고 있다. 무해한 것들의 인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원인은 무엇일까. 다음의 유형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작고 귀여운 것만이 무해한 것은 아니다. 무해력에도 여러 가지 모습이 존재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작고 앙증맞은 것들이 무해하다. 최근의 나는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레터링 케이크를 알아보던 중 한입 사이즈의 케이크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한입 케이크'는 여성의 주먹만 한 크기의 초미니 사이즈 케이크다. 가격은 앙증맞지 않았지만, 축소된 사이즈의 케이크가 무진장 귀여웠고, 술자리에서 가볍게 먹어치울 계획으로 망설임 없이 예약했다. 사실 가성비가 좋지는 않지만, 사물뿐만이 아니라 음식에 있어서도 작은 것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거침없이 열게 만드는 것이다. 음식과 더불어 최근 마니아층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미니어처 시장도 새로운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자그마한 캡슐 토이를 판매하는 가차숍도 그렇다. 홍대, 잠실 등 젊은 세대가 자주 찾는 상권 중심지에 가차숍 매장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예쁘고 귀여운 것들도 무해하다. 최근 키캡으로 키보드를 커스텀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키보드의 기능적인 측면을 업그레이드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귀엽고 예쁜 키보드를 만드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아이돌 덕질에 빠지면 안 되는 필수 요소는 다름 아닌 (연예인의 모습을 본떠 만든)솜인형이다. 팬들은 인형을 구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형에게 입힐 옷과 소품을 구매하거나, 또는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여 디자인 문구용품숍 아트박스는 인형옷과 소품을 판매하는 '소품공장'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1999년 런던에서 시작한 인형 브랜드 '젤리켓'은 2023년에 이르러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레스토랑 콘셉트의 인형 매장(젤리캣 다이너)을 오픈한 것이다. 이 매장은 요리사 복장을 한 점원들이 '음식 모양의 인형'을 판매한다. 점원들은 음식(인형) 주문이 들어오면 실제로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은 무해력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서투르지만, 악의 없고 순수한 것들 또한 무해하다. 책에서는 서투르고 무해한 것에 대한 예시로 '슬기로운 할매생활'이라는 콘텐츠를 소개한다. 해당 콘텐츠는 우리나라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외국의 낯선 음식을 레시피만 보고 따라 만드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의 '뇨끼'와 '라자냐', 중국의 '멘보샤' 등 발음하기도 어려운 메뉴들을 도전하며 실수도 하고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순수하고 무해하게 다가온다. 순수한 것을 찾는다면 자연만큼 원초적인 것이 없다. 고해상도로 담아낸 자연 영상과 콘텐츠, 계절에 관계없이 자연을 느껴볼 수 있는 식물원, 그 밖에도 자연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 등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어른들이 대충 그린 것 같은 하찮은 그림도 인기다. 카카오 이모티콘샵에서 '대충'과 '하찮은'의 키워드 검색 결과가 '안녕'과 같은 일상적인 단어를 넘어섰다고 한다.
저자는 무해력이 다소 역설적이라고 말한다. '무해' 자체는 대상에게 영향력이 없다는 의미인데, 힘 력(力) 자가 붙어 무해한 것이 힘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해한 것들이 힘을 가지게 된 것일까. 책에서는 무해함의 모든 속성인 '아기도식(baby schema)'의 요소를 가진 대상이 돌봄 본능을 자극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돌봄에 대한 본능의 이면에는 내가 그 대상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심리가 담겨있다. 이에 따라 귀여운 것들에 대한 힘은 본능적 '권력 감정'을 통해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안도감에서 자연스럽게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결국 귀여운 것들은 나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여겨지고, 본능적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현상을 책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받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긁?'이라는 단어가 밈으로 떠도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젊은 세대들은 정신적으로 상처가 많아서 '긁힌 세대'라고도 불린다. 젊은 세대를 긁고 상처내는 것은 무엇일까.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불확실한 미래와 경제의 저성장. 성별 간의 반목, 그리고 정치적 이념의 대립 등.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극복하고 감당해야 할 문제들이 넘쳐난다. 저자는 또한 기술의 빠른 발달로 인해 높아진 '디지털 피로도'가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연스럽게 자극이 적은 무해한 물건과 콘텐츠를 찾게 되는데 일조했다고 말한다. 무해력이 트렌드로 등장한 이 시대에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첫 번째로 무해력의 순수한 의도를 해치지 않는 진정성에 대한 문제를 거론한다. 최근 기업들은 ESG등의 각종 사회적 책임에 대한 행동을 기업 이미지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하지 않은 기업 홍보는 소비자들의 반감만 살 뿐이다. 다음으로 유의해야 할 점은 해가 없는 대상이 매력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순수함을 잃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귀여움은 무해력의 매력을 저해할 수 있다. '순도 높은 귀여움'만이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다.
이제 "K, 즉 한국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또는 '아니다'처럼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라데이션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라데이션'은 원래 「물체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관찰되는 속성」을 의미한다. 예술 기법이나 네일, 염색 등의 색조 표현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다. 그라데이션은 하나의 색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하나 이상의 색채가 다른 색으로 변해가는 '단계'를 의미한다. 트렌드 코리아는 한국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K'와 그라데이션 개념을 융합하여 여섯번 째 트렌드를 '그라데이션K'라고 명명한다. 그라데이션K는 한국적인 것이 다양한 국가와 인종, 문화와 교류하며 세계로 확장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단일했던 'K'가 그라데이션K로 변화하는 모습을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첫 번째는 '사람 그라데이션'이다. 피부색도, 직업도, 성별도, 머리색도 다른 사람이 한 명씩 그려진 네 장의 카드가 있다. 이 중 한국인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정답은 '알 수 없음'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의 다문화학생,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은 무려 97.4%라고 한다. 매우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우리나라에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이 30%가 넘는 학교가 이미 전국에 350곳이나 된다고 소개한다. 이에 따라 학교의 교육방식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어가 서툰 부모들을 위해 다양한 언어로 자동 번역되는 알림장을 제공하거나, '상호문화 이해 주간'이라는 특별학습을 통해 한국 학생들은 우리의 문화를 소개하고, 이주배경학생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외국인 인재들을 위한 기업들의 변화도 눈여겨 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구내식당에 한식과 중식, 일식 뿐만 아니라 100% 할랄 인증된 고기를 사용하는 인도식 코너를 상시 마련해놓았고, 쿠팡은 사내 소통 및 해외 업체와의 원격 소통을 위해 전문동시통역사와 번역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한다.
두 번째 유형은 '문화 그라데이션'이다. 책에서는 '몽탄 신도시(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가 한국의 동탄 신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을 한 데에서 붙은 별칭)'에 대한 사례를 통해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스며들어있는 현황을 설명한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은 문화 그라데이션K 유형을 설명하기 좋은 사례가 된다. 몇 년 전부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한국식 치킨이 인기를 끌자, 한국식 치킨을 새롭게 출시한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이 켄터키의 'K'를 코리안으로 바꿔 제품에 붙이는 파격적인 광고를 진행했다. 미국의 음식 전문 잡지에서는 BBQ 치킨을 최고의 치킨으로 선정할 정도로 한국 치킨의 위상은 여전히 높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문화 그라데이션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출연진과 제작진이 힘을 모아 하나의 콘텐츠를 만든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브로커〉, 한국 영화 제작사가 만든 베트남 영화 〈마이〉, 한국과 태국의 합작 콘텐츠 〈사랑은 고양이처럼〉 등의 작품들을 통해 그라데이션K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국내의 제작유통사들은 한국 프로그램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포맷'을 수출하여 콘텐츠 제작의 핵심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은 '시장 그라데이션'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지금까지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구분하여 판매했다. 그러나 그라데이션K 시대에는 이와 같은 이분법적 구분 역시 다원화되고 있다. 먼저 국내에 거주중인 외국인 대상의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라데이션K의 영향으로 금융업계에는 외국인 고객이 점차 늘어 카드 결제 금액이 2020년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도 외국인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지원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소비 역시 양적으로, 질적으로 변화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꼭 방문해야하는 관광 명소로 백화점이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의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새로운 관광 경쟁력을 갖추게 하여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에 높은 신장률을 보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국경 너머의 외국인을 대상으로한 시장 역시 활발하다. 한국에서는 전혀 소비되지 않는 'K-할랄푸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 시장에서만 판매되고있던 뷰티·패션 제품들도 해외 판매 요청이 늘어나자 변화에 발맞춰 글로벌 시장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한국은 이제 다문화 국가다. OECD에서 정한 다문화 국가의 기준에 따르면 총 인구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5%가 넘어가면 해당 국가는 다문화 국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도 외국인의 수가 250만을 넘어서게 되면서 단일 민족, 단일 국가의 타이틀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한국인의 이민율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한국으로 이민을 오는 외국인의 이민율은 증가했다고 한다. 이민율이 증가할 만큼 우리나라에 그라데이션K 트렌드가 스며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 즉 문화적 매력이 높아진 점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는다. 이미 전 세계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K-팝 열풍뿐만 아니라 〈기생충〉,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의 콘텐츠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대한민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관심과 인기를 끌어모으는 데에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유튜브를 비롯하여 틱톡,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전 세계의 소비자를 하나로 묶어주었고, 이 새로운 콘텐츠 전달 수단을 적극 활용한 덕분에 지금의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 이 시점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외국인을 위한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상 국가에 대한 문화와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은 물론이요, 전문적인 해외 인력을 갖추고 그들이 온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로 침체되어있던 미국 경제 회복력의 원동력 중 하나로 이민자의 유입을 꼽는다. 이민자들이 기업의 생산성을 촉진하고, 경제 활동을 통해 경기를 순환시켰고, 나아가서는 현지인들의 소득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전망이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바람 속에서 진정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2021년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오빠'나 '먹방'과 같은 한국어 단어가 등재돼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옥스포드 사전의 행보가 그라데이션K 시대에 한국이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전통과 정통을 지나치게 고수하며 정체된 역사에 머물러 있다면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대중적인 트렌드를 수용하고, 세계로 발돋움하기 위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극장 객석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콘텐츠를 만져보고, 소유하고, 체험하면서 영화 속 '세계관'에 몰입하고자 한다.
작년 연말 공개된 넷플릭스 콘텐츠 〈오징어 게임2〉를 홍보하기 위해 넷플릭스가 홍보물을 제작해 전 세계 곳곳에 설치한 것을 소셜 미디어에서 본 적이 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하여 영희 로봇과 함께 드라마에 등장하는 K-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케팅을 펼쳤고, 이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했다. 이처럼 큰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물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물성이란 본래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라는 뜻으로, 손에 잡히는 요소를 의미한다. 트렌드 코리아는 「특정 대상에 경험 가능한 물성을 부여함으로써 매력도를 높여주는 힘」을 일곱 번째 트렌드 '물성매력'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 체험의 필요성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아기 때부터 가리지 않고 손으로 잡거나 입에 넣는다. 물성을 느끼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에 발달한 가상 경제가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의 기회를 빼앗았다. 책에서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물성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한다. 다음에서 콘텐츠, 브랜드, 기술, 조직문화의 4가지 대상에 대한 물성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콘텐츠 물성화의 중심에는 '플레이브'가 있다. 플레이브는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로 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가상의 공간에 그래픽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물리적 실체가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를 극복하고자 제작사는 플레이브의 미니 2집 발매를 기념해 특별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번 팝업스토어가 특별했던 이유는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최애 멤버와 직접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부스가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이 부스를 체험하기 위해 2만 명이 넘는 팬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에버랜드의 공포 체험존 '블러드시티'나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이 선보인 〈귀멸의 칼날〉 어트랙션 또한 콘텐츠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물성화된 사례라 볼 수 있겠다.
물성화는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실제적으로 느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선양소주'는 '선양소주에 빠진 고래를 만나는 여정'이라는 테마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 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병뚜껑 모양의 보트를 타고 인공바다를 건너다니며 브랜드의 스토리를 직접적으로 체험했다. 또한 최근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물성화하기 위해 미디어아트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공간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사운드와 향, 온도 등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단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를 넘어 복합문화공간을 구현한 사례도 있다. '시몬스'가 운영 중인 '시몬스 테라스'와 '마르디 메크르디'가 작년 4월 오픈한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가 이에 해당한다. 금융업계의 경우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물질적 이점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는 『더 머니북(THE MONEY BOOK)』을 출간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책'이라는 물성을 선택한 것이다.
LG전자와 GS건설이 협업하여 개발한 'LG 스마트코티지' 이로운 집은 LG전자의 스마트홈 솔루션이 적용된 복층 원룸 구조의 소형 모듈러 주택이다. '집'이라는 물성을 통해 기술이 물성화된 사례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 유용성을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기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기술의 물성화를 위해 갤럭시 S24의 기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세계 여행을 콘텝트로 진행한 이 전시에서 삼성전자는 사진을 합성할 수 있는 '포토 어시스트' 기능, AI 통번역 기능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최근 기업들이 사옥을 지을 때, 기업의 철학을 반영하는 디자인과 실내 구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제는 조직 문화에도 물성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일하는 공간을 보면 그 기업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옥의 공간적 아이덴티티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사옥 설계에 대한 고민이 깊다. 기업의 핵심 가치를 담는 것은 물론이요, 직원들이 자유로운 영감을 얻고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으며, 직무가 다른 구성원 간에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조성해야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코오롱인더스트리트의 워크웨어 브랜드 '볼디스트'와 협업하여 다양한 패치로 커스텀할 수 있는 임직원 전용 패딩을 제작했다. 젊은 사내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옷이라는 물성에 담아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사물과 공간이 디지털화되고, 정보가 경쟁력이 된 이 시대에 '물성매력'은 왜 중요하게 떠오른 것일까. 《조선일보》 김성현 문화전문기자의 칼럼을 살펴보면 해답이 보인다.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에 15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록 페스티벌 현장에 젊은 세대들이 빼곡하고, 조성진이나 임윤찬의 클래식 공연의 티켓은 몇 초만에 매진된다. 그러나 현실의 도서 산업은 사양길을 걷고 있고, K-팝에 눌려 '록은 죽었다'고 호소하고, 클래식 음악은 대중적이지 않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김성현 기자는 "공급자보다 철저하게 소비자가 주도하고, 소유보다는 체험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언택트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브랜딩의 역할이 쌍방향 매체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 체험형으로 확장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여기에 기술의 발달이 한 몫 거들고 있다.
물성화는 사소한 물건에서부터 출발 가능하다. 또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촉각) 뿐만아니라 오감을 활용하는 형태로 확장할 수 있다. 저자는 물성매력의 힘으로 우정사업본부에서 시행한 용돈 배달 서비스를 소개한다. 주로 멀리 떨어져사는 자녀들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을 때 이용하는 서비스라고 한다. 온라인 뱅킹을 쉽게 이용 가능한 이 시대에, 실물 용돈 봉투를 배달하는 서비스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녀들이 진심과 마음을 담아 부모님께 용돈을 전달하고 싶어서 물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같은 돈이라도 숫자로 통장에만 표시되는 돈과 실제 지폐를 비교해보면 물성으로 만져지는 현금의 가치를 더 크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가상 세계와 사회적 거리감이 멀어질 수록 물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더욱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십 년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했던 역대급 기상이변을 매년, 아니 매일 경험하는 요즘이다.
날씨가 심상치 않다. 동남아에서 경험했던 날씨를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경험하고 있다. 과거의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었으나, 이제는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심지어 하루 앞의 날씨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환경에 대한 경고와 우려는 우리 삶에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는 국제적 이슈다. 그러나 환경 문제의 대비를 주로 다루었던 지난날과 달리, 최근의 기후 위기는 이미 일상에 침투해 실체적 위험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대비가 아닌 변화에 대한 '적응'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는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나 능력」을 여덞 번째 트렌드 '기후감수성'이라 명명했다. '감수성'은 외부 자극의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인간이 느끼는 변화 중에서 기후 위기만큼 큰 외부 자극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최근에 나타난 기후 위기에 어떻게 적응해나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기후의 변화는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농작물의 경우 온도가 급상승하거나,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지면 수확량에 영향을 받고, 수급이 불안정해져 가격이 급등하거나 원재료 문제로 특정 상품의 판매를 중단시키기도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한 전 세계의 경제적 손실 규모가 약 330조 원(2023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기후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기후감수성이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 비즈니스, 공공 분야에서 기후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얼마 전 친구로부터 차량용 탈출 망치를 선물 받은적이 있다. 침수나 재해 상황에서 차량에 갇혔을 때 사용하는 비상 도구다. 이처럼 기후 변화에 따른 생존 아이템의 소비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기후 위기는 식탁의 모습도 바꾸어 놓았다. 파파야, 패션프루트 등의 동남아 과일이 국내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강원도 양구에서는 멜론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국내 과일지도뿐만 아니라 어장 지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수온이 상승하자 해파리떼가 늘고 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 업종으로 여행과 항공 분야를 빼놓을 수 없겠다. 최근 항공 업계에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급성 난기류가 잦아져 관련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고 한다. 핀란드·노르웨이·아이슬란드 등 시원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북유럽 지역 관광객이 늘어난 점도 모두 기후 위기가 초래한 변화다. 기후에 대한 근원적인 우려가 유발하는 기후우울증에 대한 감정적 대응 방안도 시급해 보인다.
소비 패턴이 변하면 비즈니스 역시 달라지기 마련이다. 건축·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큰 '고단열 창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자동으로 환기를 시켜주는 휴그린의 '자동환기창 프로(Pro)'나 에너지 절약형 혁신 주택 '패시브 하우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한 기후솔루션도 등장했다. 볼보에서 새롭게 도입한 '실내 레이더 시스템'은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해주며,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갈 경우 온도를 10도 이상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농식품 산업에서의 변화도 보인다. 극한의 기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슈퍼' 품종을 개발하거나, 기존 식품의 수급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한 대체식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날씨 보험' 또한 인기다. 날씨보장 보험에 가입하면 여행 중 예고없이 비가 오거나 기상 이변을 맞을 경우 보험금을 통해 여행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제는 기후의 변화로 인해 사회적 기준의 재검토가 시작되었다. 책에서는 '장마'의 표기법 변경에 대한 일례를 소개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장마철에 빈번하게 쏟아진 국지성 집중호우가 아열대성 '우기'와 더 닮아있기 때문이다. 장마뿐만 아니라 식목일 역시 검토 대상이 되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를 다루는 교육의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 국가에서는 기후 변화를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여 가르치고 있다. 국내에도 반드시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공공 영역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의 개발과 지원도 감당해야한다. AI를 활용하여 산불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장기 산불위험예보'가 산불 예방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근로자의 건강과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도 마련되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기준을 대기온도에서 체감온도로 수정하여 습도에 따른 체감 온도를 반영하였고, 국제노동기구는 폭염 위험군 직종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후 변화 적응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른 온난화 속도를 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여름이 동남아보다 더 덥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물론 급변하는 기후는 전 세계가 손잡고 대응해야 할 과제이다. 기상 이변은 이제 글로벌 리스크 1위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환경 경영도 중요해졌다.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생산이 중단되거나 원재료 수급이 어려워지는 등, 기후 위기가 기업 영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기후감수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지 않다고 하니, 경각심을 가지고 설비와 체계를 갖추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겠다. 작년 초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시행했다.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으로, 월 65,000원의 금액에 버스, 지하철,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자가용 이용을 줄이는 기후 행동을 독려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덕분에 4개월간 10만 대의 승용차 이용이 줄어 온실가스 9천여 톤을 감축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기후 행동도 중요하다. 개개인의 행동이 모여야 기후감수성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현대 네트워크 경제에서 제품·서비스 간의 연결성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손을 잡았다. 이제는 스마트홈 앱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전자제품 관리가 모두 가능해졌다. 상호연결성이 높아진 오늘날의 산업은 같은 업종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과도 서로 긴밀하게 연계하여 시장을 키워나가는 분위기다. 이러한 변화를 자연 생태계의 '공진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진화란 생태계 안에서 여러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함께 진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용어다. 트렌드 코리아는 기업 간의 공진화 트렌드를 아홉 번째 키워드 '공진화 전략'으로 명명한다. 생물간 공진화의 대표 사례로 꿀주머니가 매우 긴 난초와 박각시나방의 공생 관계를 소개한다.
공진화 개념은 협력적, 이타적 진화 뿐만 아니라 경쟁적, 착취적인 진화의 개념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비즈니스 생태계 역시 생존을 위해 서로 타협하거나, 경쟁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공진화 전략은 4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공진화는 참여자의 수가 얼마나 많고 개방적인지에 따라 폐쇄적-개방적 공진화, 그리고 참여자들 간의 역할이 얼마나 탄력적인가에 따라 경직된-유연한 공진화로 나눌 수 있다. 공진화 전략은 이 요소들을 결합하여 ①폐쇄적 자족시스템, ②제한된 파트너십, ③개방적 협력망, ④공진화 생태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①폐쇄적 자족시스템은 한 기업이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끼리만 호환되는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전략이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폐쇄적 자족시스템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과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②제한된 파트너십은 독립적인 2개 이상의 기업이 파트너십을 맺어 함께 성장하는 전략이다. 자동차 회사와 가전 회사의 파트너십을 사례로 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카투홈(혹은 홈투카) 서비스를 이용해 앞으로는 차량 내부에서 집 안의 가전제품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③개방적 협력망은 제품의 생산에 관련된 기업 간 공급망 관리가 개방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이 대표 사례이다. 마지막 ④공진화 생태계는 공진화의 최종 단계로, 말 그대로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비지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는 '오픈소스'다. 폐쇄적 전략을 펼쳤던 애플과 달리 구글 안드로이드 OS 진영은 오픈 플랫폼 전략을 선택했다. 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던 개방성 정책이 스마트폰 진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설명이다. 책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사례를 들어 공진화 전략의 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네트워크화될수록 공진화 전략은 비즈니스 과정에 필연적인 요소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저자는 먼저 혁신적인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비즈니스 생태계와 지식 생태계가 효과적으로 접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지식 생태계와 실행자 역할을 맡는 비즈니스 생태계가 효과적으로 연계될 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해진다. 혁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태계로 적극 진입하고 이를 통해 키스톤(Keystone)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전략 또한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공진화 생태계는 대기업이 단독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 기업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전략적 연계가 가장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협력과 상호 의존을 통해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과 같이 비즈니스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근무 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인공지능 등장 이후 일자리 패러다임이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업글인간'에서 진일보해, 또 한번 자기계발 트렌드가 요동치고 있다.
자기계발에도 트렌드가 있다. 자아 성장에 대한 욕구는 해를 거듭할 수록 높아지는 추세이다. '평생 직장'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요즘의 자기계발의 코드를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달라진 점, 실천 가능한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상의 노력을 주변사람들과 공유하는 모습 세 가지 특징으로 분석했다. 트렌드 코리아는 이와 같은 자기계발 트렌드를 명명하기 위해 '원포인트업'이라는 마지막 키워드를 제안한다. 원포인트업의 키포인트는 현재에 충실하여 한 가지씩 바꿔나가는 느린 진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원포인트업의 세 가지 요소 ①자기지향성, ②도달 가능성, ③기록과 공유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①자기 지향성 요소는 나다운 성장 목표를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나를 알아가는 것은 주체적인 삶을 위한 첫 번째 단계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의 자기계발은 일반적인 성공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닌, '나'에게 맞는 자기주도적인 방향으로 설계된다. 책에서는 이와 같은 젊은 세대의 성향 변화와 채용 환경의 변화가 자기 계발 트렌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 내에서는 코칭이나 멘토링의 방향에 변화를 주고 있다. 조직의 문제 해결이 아닌, 직원의 개인적 역량을 향상시키는 방향의 멘토링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 서비스를 통해 외부에서도 멘토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②도달 가능성 요소는 작은 성취를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다. 앞선 과정에서 나에게 맞는 성장 요소를 발견했다면, 이젠 한 단계씩 실천할 차례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자기 계발 또한 한 계단씩 성취감을 쌓으면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책에서는 '효율성'이 원포인트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한정적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실현 가능한 결과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루틴이다. 원포인트 트렌드에 따라 목표 지향적인 자기 계발 도서의 인기가 시들고 소소한 성취와 '자기 배려'의 내용을 담은 책 소비가 늘었다고 한다. 원포인트업 트렌드에서는 운동이나 시술 등의 외모 관리도 자기 계발에 포함된다.
③기록과 공유는 단순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응원과 격려에 따르는 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한다. 기록과 공유는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어제보다 달라진 나'와 같이 눈에 보이는 변화를 통해 성장 방향을 설정하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매일 운동 시간을 기록하거나, 일기를 쓰며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모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예측을 빗겨간 전례없는 펜데믹 시기를 보냈다. 미래에 대한 원대한 계획들이 많은 좌절을 맛봤고,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원포인트업 트렌드가 확산하게 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또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의 성향도 자기 계발 트렌드를 변화시키는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포인트업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조직은 인재 육성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쿠팡은 매 분기마다 직군 제한 없이 지원하여 멘토나 멘티가 될 수 있는 '멘토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사내 인적 자원 개발이 아닌 개인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이제 개인의 성장을 기회로 삼아 조직 전체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과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동기부여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개개인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저자는 이제는 직장이 아닌 직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때문에 개인의 입장에서는 '강소기업' 전략 벤치마킹을 추천하고 있다. 강소기업은 「자신만의 확실한 기술과 상품을 갖고 있으면서 스스로가 감당 가능한 크기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기업」을 말한다. 책에서는 강소기업과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가 유사하다고 보고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대에 적합한 자기 계발 트렌드를 통해 제자리에 멈춰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느껴볼 수 있었다.
- 저자
-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권정윤, 한다혜, 이혜원
- 출판
- 미래의창
- 출판일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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