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독서 후기 #HSP #초예민자
📚 책소개
예민한 사람이라고 하면 흔히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행동을 떠올리기 쉽지만, 성격심리학에서 정의하는 '예민한 기질'의 행동 패턴은 오히려 그 반대다. 실제로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갈등에 따른 고통을 매우 크게 느끼기 때문에 늘 참고 맞춰주며, 모두를 편하게 해 주려 기를 쓰고 노력하고, 남을 돕고 배려하는 데 주저함이 없지만, 정작 자신은 폐가 되는 게 싫어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 이것이 예민한 사람들이 남들보다 쉽게 지치는 이유다.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티 내지 않고, 항상 잘 웃고, 늘 좋게 좋게 넘어가려는 모습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무던하고, 곰 같은 사람처럼 보이는 그들의 이면에 남모를 발버둥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런 일상이 계속되면 본인조차도 자신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어려워지고, 그 괴리감으로 남들보다 몇 배는 더한 감정 소모와 번아웃을 겪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예민한 기질로 인해 누군가를 만나고 나면 금세 녹초가 되고, 일상에서 항상 기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예민함의 특성을 이해하고,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말한다. "매우 예민하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에까지 민감하다는 것을 뜻하므로 예민하다는 말이 지닌 부정적 뉘앙스와는 다르게 사실은 이들이 굉장한 팀 플레이어임을 세상이 더 많이 알아주면 좋겠습니다"라고.
이 책을 통해 누구보다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는 이들이 예민한 사람들이 사는 게 좀 더 쉬워지기를, 자신만의 일상을 단단하게 잘 가꿔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을 읽을수록 나의 인생이 통째로 해킹당한 게 분명하다고 여겨졌다. 이 책은 인구통계학적으로 인구의 약 16%에 속한다는 매우 예민한 사람, HSP(Highly Sensitive Person)에 대한 설명과, 하루에도 수십 번 내면에서 전쟁을 치르는 그들을 위해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자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는 심리학을 전공한 심리 전문가로, 현재 마음숲길 심리코칭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된 추천도서 〈내향인을 위한 심리학 수업〉의 저자이기도 하다. 「남들은 내가 예민하다는 걸 모른다」, 「예민한 사람에게 인간관계가 지옥인 이유」, 「불필요한 인풋을 차단하면서 나를 지키는 법」,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제는 내가 나의 편이 되어야 할 때」. 목차는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격심리학에서 말하는 '예민한 사람'은 책소개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예민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행동 패턴을 보인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예민함이란, 어떠한 상황이나 기질적 요소로 인해 드러나는 결과적 측면에 가깝다면 책에서 설명하는 HSP들은 태어날 때부터 기질적인 측면에서 예민함이 타고났으며, 이들은 갈등을 싫어해 최대한 상대방의 기분과 의견을 맞춰주고, 기를 쓰고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며,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살펴 편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ISFP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MBTI에서 정의하는 ISFP에 대한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하였다. 이들이 이토록 타인을 위해 힘쓰는 이유는 스트레스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제에서 보이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이와 같은 HSP의 예민함을 '슈퍼 안테나'로 비유한다. 세상의 모든 소음과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고 민감성 슈퍼 안테나. 하지만 이 성능 좋은 안테나는 필터링 없이 긍정적, 부정적 요소를 전부 캐치해 내기 때문에 쉽게 과부하게 걸릴 수 있다. 저자는 예민한 기질의 특징을 초감각과 초감정, 그리고 심미안 이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초감각은 감각 기관의 높은 민감도를 말한다. 이들의 감각은 선천적으로 굉장히 민감하게 발달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 육아 난이도가 높았던 사람(사소한 불편함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자주 칭얼거렸을 것이라는 설명)일수록, HSP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보통 사람들보다 청각, 후각, 미각 등의 오감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깊은 수준의 정보를 처리한다고 한다. 본인의 경우 경험상 남들보다 청각과 촉각에 조금 더 민감한 것 같다. 비염이 아니었더라면 후각, 미각도 좀 더 민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HSP의 감각 처리 기관은 스펀치와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자극을 흡수하려는 습성이 있으며 부정적인 에너지까지 모두 받아들이기 때문에 쉽게 번아웃에 빠지기 십상이라고 설명한다.
다음 초감정은 예민한 민감성 때문에 감정의 몰입에 더욱 강하게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 HSP들은 타고난 기질 때문에 타인의 감정에도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은 고 공감자인 '엠패스'와 흡사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엠페스의 경우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역지사지적 인지 과정으로 인해 '그래, 나 같아도 짜증 났을 것 같아'와 같은 공감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HSP들이 겪는 초감정은 보통 사람보다 그 속도와 강도가 훨씬 강력하며 감정만 전이된 상태, 즉 감정만 복사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에 영향을 받기는 하나, 이때 따라오는 감정에는 기승전결이 없으며 자신의 기준에서 '별것 아닌 일로 왜 저래'와 같은 주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마지막 특성은 심미안으로 이는 그림이나 음악, 영화, 책 등을 감상하거나 스스로 창작하는 과정에서 감동을 느끼고 영감을 얻는 HSP들의 내적 활동을 말한다. 이들은 문화나 예술 등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것은 초감각으로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식별이 가능해지고, 초감정으로 내면의 깊숙한 부분까지 건드려지게 되는 것에서 드러난 특징이라고 한다. 심미안은 유사 예민자들과 구분되는 HSP만의 가장 명확한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정확하게 초예민자로 진단받은 것은 아니지만, 공감 가는 문장들이 무척 많았다. 소제목을 읽을 때마다 용한 무당에게 모든 과거가 탄로 난 사람처럼 강하게 수긍했다. '예민한 사람이 반드시 은혜를 되갚는 이유', '예민한 사람이 무던해 보이는 이유', '폭력적인 장면을 보는 게 유독 힘든 사람들', '눈치가 빠른 걸까, 눈치를 많이 보는 걸까?', '나는 왜 할 일을 자꾸 미루는 걸까', '참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등등. 본인이 일상적으로 떠안고 있던 고통과 기질에 대한 비밀스러운 호소가 눈앞에 문장들로 펼쳐져 있던 것이다.
예민한 기질에 대해 아주 무감했던 것은 아니다. 유난히 소음에 취약하고, 잘 놀라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1초 만에 울어버리고,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잠이 깨고, 파워 I 임에도 어색한 자리에 눈치가 보여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등. 어렴풋하지만 어린 시절 경험했던 일련의 사건들과 현재 겪고 있는 고초들의 원인이 모두 열려있는 감각 때문일 것이라 짐작하며 살았다. 그러나 한 가지 크게 착각하며 살아온 것이 있었으니, 남들이 모두 나와 같은 생각으로 고통스러우리라 여겨왔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 예상보다 아주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시점은 내 인생의 ⅓지점도 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타인보다 곱절로 흘러들어오는 감각들을 수용하느라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의 희생이 너무나 큰데, 이 고갈된 정신력을 바탕으로 각양각색의 사람들 틈에 섞여 사회의 일원처럼 보이고자 또다시 기력을 소비해야 하니, 고독이 인생 최고의 동료가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볼 수 있겠... 어쨌든. 어떤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울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불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노력, 노력... 어느 누구도 나에게 강요한 적이 없는데, 나 스스로 나에게 가장 불편한 세상을 창조해 냈다. 나의 본질적인 성격을 외면한 채 타인의, 그룹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기분을 신경 쓰고, 그들의 분위기를 읽어야만 했던 것. 원치 않아도 그랬다. 조절이 불가능했다. 그때마다 깨달은 바를 상기시키며 본인 위주로 형성된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사람들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예민한 기질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과 함께하면 가장 좋은가. 이에 대해 저자는 초예민자는 초예민자끼리, 혹은 아주 둔한 사람과 함께 하길 권하고 있다. 개인적인 예를 들자면, 나는 결과적 측면에서 예민함들 드러내는 사람과 깊게 사귀기 힘들었다. 겉으로는 잘 지내었을지언정,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기 어려웠다. 물론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더라도(본인은 대체로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대상에 따라 불쾌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나 또한 상대방의 의미 없는 행동이나 표현에 추측성 의미를 부여하며 불편함을 겪곤 했기 때문에 잘 안다. 하지만 기질의 차이란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나는 대체로 그들에 대한 공감이 어려웠고, '왜 저럴까'와 같은 감정이 솟구쳤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눈치를 보느라 기력은 기력대로 소진, 더불어 감정의 복사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들어 덩달아 고통스러워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HSP는 부정적 감정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감정 또한 강력하게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으므로, 누구든 그렇겠지만, 긍정적인 사람과 함께한다면 인생이 보다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주변에 부정적인 감각만이 넘쳐난다면 회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한다(도.망.쳐!). 아마 보통의 사람들이 들으면 참 답답하고 피곤하게 산다고 혀를 내두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보통의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곁에 있는 무던하고 친절한 누군가의 행동을, 혹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의 일상이 안정적으로 평온하게 흘러가는 동안, 누군가는 타인을 위해 내면에 불어닥친 감각의 소용돌이를 고요히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책에 기재된 간단한 기질 테스트를 가지고 와 보았습니다.
위의 질문에서 '그렇다'를 13개 이상 체크했다면, HSP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본인은 20개 정도 체크가 되었다)
오늘도 지쳐 쓰러지기 바빴던 당신의 삶이,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응원받고, 평화롭게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 저자
- 최재훈
- 출판
- 서스테인
- 출판일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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