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트렌드 코리아 2024> 독서 후기
📚 책소개
모든 일은 서서히 준비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챗GPT가 그랬다. 인공지능 기술과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왔지만, 챗GPT만큼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없었다.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자연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서 말하는 '영어'는 한국어도 될 수 있고, 일본어도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그냥 평상시의 말과 글로 이루어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모든 학자들이, 모든 책들이 'AI'와 '인공지능', '챗GPT'를 얘기하는 이 시점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인간의 역할 혹은 역량에 주목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즉, AI는 자신이 내 놓은 결과물을 평가할 수 없다. 그것에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물을 채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미드저니가 아무리 환상적인 그림을 그릴지라도, 그 마지막 터치는 인간에게 남겨져 있다. 바로 '화룡점정'이다. 오롯이 인간만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배속 사회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여백은 무엇인가? 올해의 〈트렌드 코리아〉는 유독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트렌드에 무지한 나에게 주는 고통없는 훈육의 용도로 읽었던 〈트렌드 코리아 2024〉.
2024년에 작성한 글을 옮겨오는 중이라 지나간 트렌드지만, 정리해 놓은 것이 아까워 올려봅니다🙄
요즘 사람들의 시간관념은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시간의 가성비'를 극도로 중요시하며 사용 시간의 밀도가 매우 높아졌다.
'시간이 자산이다'. 2024년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분초사회'. 이는 분초를 다투는 현대인들의 속도 사회의 모습을 명명한 것이다. 우리는 원래도 '빨리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분초사회가 2024년 키워드로 선정된 이유는 시간이 중요한 '자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시간과 관련된 제화들을 쉽게 접해볼 수 있다. 각종 SNS의 숏폼, 유튜브의 요약 영상, '캐치테이블', '테이블링'과 같이 시간을 절약해주는 서비스 등이 그렇다. 현대인들에게 24시간은 무척 짧은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시간이 어떻게 돈 만큼이나 중요한 자원이 된 것일까. 이는 우리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이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되면서부터 대두된 것이라고 한다. 실시간으로 버스 동선을 확인할 수 있고, 택시 도착 시간을 제공받는 등 분초 단위로 돌아가는 IT 기술의 발달과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구독형 콘텐츠 서비스, 그리고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 등 시간을 들여 봐야하는 볼거리가 많아진 점 등이 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또한 팬데믹을 통해 시행되었던 유연근무나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고, 개인의 사정과 상황에 따라 시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하여 상주근무에 대한 기존 관념을 흔들어놓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최근 다양한 기업에서 직원들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반반차나 반반반차와 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근무중에 할 수 없었던 병원을 가거나, 은행 업무를 보고 운동을 하는 등 시간을 보다 더 촘촘하게 쪼개어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반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이나 '오디오북' 등과 같은 멀티태스킹 지원 서비스들 또한 시간 활용의 밀도를 높여 '시간의 저글링'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콘텐츠 소비에도 시간 쪼개기는 중요하다. 넷플릭스는 2019년부터 재생속도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쇼핑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쇼핑을 할 때 소비자는 제품의 품질 저하로 발생하는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제품군을 비교하게 되는데, 이 때에도 많은 시간이 든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위해 기업은 그들의 취향을 정확히 읽어주고 제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제품 추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기다리는 시간 또한 지루하지 않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대기 시간을 활용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투어 상품을 운영하는 항공사도 등장했다(싱가포르의 창이공항 '쥬얼 투어'와 두바이 국제 공항의 'DXB&more' 딜리버리 서비스 등).
그렇다면 앞으로 분초사회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자 할 때 어떤 점을 염두해 둬야 할까. 제시하는 핵심만 나열해보자면 첫 번째, 고객의 틈새 시간을 찾아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기(맥도날드의 맥모닝). 두 번째, 필요의 적시성 단위를 분초로 줄일 것(아이폰의 사진 촬영 기능). 마지막 세 번째, 소비자들에게 정시(punctuality)를 약속해주는 것('배달의 민족' 배달 도착 예상 시간 서비스 등)이다.
현대인들은 이처럼 분초를 다투는 시간의 경쟁력 속에서 여백 없는 완성도 높은 하루를 소비했을 때에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분초사회의 결말에는 우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하며 한 작품 앞에 멈춰서 있는 시간은 겨우 8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굉장히 짧은 시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전시회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데 집중하는 시간이 대체로 8초라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곧 8초가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다는 말이 된다. 집중력이 짧아진 데에 가장 큰 원인은 숏폼과 SNS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드는 손 안의 작은 세상, 스마트폰일 것이다. 뇌는 사용 후 전환할 때 반드시 재설정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면 오히려 생산성이 저하된다. 따라서 분초사회에 도래한 이 시점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전환의 여백이 필요하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해줌과 동시에 유연한 시간 소비를 권하는 메시지가 담긴 키워드라 할 수 있겠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가 어쩔 수 없는 필연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미국의 작가조합과 배우 노동조합, 두 노조가 63년만에 동반 파업을 벌였다. 다름아닌 인공지능 때문이다. 배우들의 얼굴만을 360도 촬영한 후 작업물을 만들어 영구적으로 활용하거나, 작가의 역할을 대체하는 '생성형 AI'의 등장이 이들의 생계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이들의 일자리가 처음으로 침해된 사례라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생성형 AI는 이미 작사, 작곡은 물론이요 예술, 언론, 문화, 개발, 디자인 등 다양한 인간의 영역에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과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모두 인공지능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며, 가속도가 붙은 기술 개발은 기업들 사이에서 감원 계획으로까지 이어지고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점점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이 우리의 밥벌이를 위협하고 있지만,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피해갈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트렌드 코리아는 AI와 상호작용하며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인간형으로 '호모 프롬프트'를 제안한다.
프롬프트(prompt)는 「컴퓨터가 명령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단말기의 신호」를 뜻한다('C:₩>_'에서 언더바). 생성형 AI를 활용하기에 앞서 수시로 들어온 말은 바로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AI는 질문의 질에 따라 그 답변의 퀄리티도 달라진다. 이는 AI와 상호작용하는 작업을 뜻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오픈 AI들은 '언어 모델' 기반으로서, 학습된 수천억 개의 단어들을 바탕으로 답변을 '예측'하는 원리로 작동한다고 한다. 때문에 AI는 질문하는 문장의 정교함에 따라 천차만별의 답변을 내던지게 되는 것이다.
호모 프롬프트는 AI를 보다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다. 이들은 생성형 AI를 능숙하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인공지능의 미흡한 부분을 창의적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는 인문학적 문해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호모'가 추가된 이유가 바로 인공지능의 파도에 올라탄 진보의 메가트렌드 속에서 '인간'의 위치와 역할에 중점을 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3년 내외의 가까운 미래 변화 방향을 기준으로). AI의 파급력보다는 인간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영역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 또한 높아졌다. 해당 분야만 전문적으로 수행 가능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거액의 연봉에 고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할만큼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일부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자신이 설계한 프롬프트(명령어)를 판매하기도 한다고. 일각에서는 벌써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과거 '정보검색사'처럼 불필요한 직업군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AI에게는 '할루시네이션(인공지능이 잘못된 정보나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것) ' 극복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세종대왕 맥북 프로 사건'을 소개한다. 챗GPT 초기 모델에게 '세종대왕 맥북 프로 사건'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AI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초고를 작성하던 중 분노해 맥북 프로를 집어던졌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초기 모델의 실수이며, 현재는 많이 개선된 상태지만,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에 인간의 평가 검증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는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재편은 불균형한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하며 국가 간, 계층 간, 인재 간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제시한 것은 '책임 있는 AI'에 대한 제도와 사회 시스템 마련이다. 이는 기업과 학교, 공공기관 등을 비롯한 여러 조직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경우 AI에 따른 다양한 리스크를 해결한다면 경쟁 사회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민첩성이다. 이것은 속도와 시간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분초사회'에서도 언급했듯이 시간과 속도는 중요한 자원이다. 생성형 AI에 대한 권한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므로,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 뿐만 아니라 작은 기업들도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인간은 인공지능을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도구로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AI가 작업한 용의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는 화룡점정을 찍어야 한다.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능력인 '메타인지'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AI 시대에 도래한 지금, 우리 개개인은 주체적인 의지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을 키워 '호모 프롬프터'로서의 자격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특히 젊은이들은 완벽을 추구한다.
SNS의 인기 검색어로 '#육각형 OO'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육각형 연예인', '육각형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이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어떤 대상의 여러가지 특성을 비교분석할 때 정육각형의 모서리마다 기준을 두고 점과 선을 연결한 '헥사곤 그래프'를 사용하곤 하는데, 이 기준 축이 가득 찰수록 '완벽'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모습이 바로 '완벽'이다. 이처럼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특기 등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기를 선망하는 사람들의 경향성을 일컬어 '육각형 인간'이라 부른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자신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점점 더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타인이 자신을 가혹하게 평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우리 세대(2030세대)가 부모님 세대보다도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함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육각형 인간을 추구하는 여러 유형과 함께 이에 대해 설명한다.
첫 번째 유형은 육각형 인간은 아무나 될 수 없다며 일종의 '담쌓기'를 시도한다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계층 사다리'가 약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펜데믹 이후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며 한국 사회는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을 쟁취하는 믿음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추세다. 성공에 대한 울타리 또한 '넘사벽'으로 높다. 이에 따라 부와 권력은 타고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여기는 경향 또한 강해질 수 밖에 없겠다. 두 번째는 육각형에 얼마나 가까운지 '숫자'로 계량화하고 비교하며 서열을 매긴다는 것이다. 이들이 타인과 자신의 가치를 숫자로 비교하고 증명하려는 현상은 소셜 미디어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 인간은 타고난 본성 때문에 비교를 배제하기 힘들며, 자연스럽게 나보다 행복한 SNS 속 타인의 모습은 이를 극대화한다. 마지막 유형은 육각형 인간 되기를 포기하고 희화화하여 놀이처럼 즐긴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나'의 충돌을 막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했다는 설명이다. '자기 불일치 이론'이라는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사람이 자신을 인식하는 개념에는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실제적 자기와 소유하기를 희망하는 이상적 자기, 그리고 반드시 가져야 할 책임이 있는 의무적 자기라는 세 가지 개념이 있다. 인간은 이 세 가지 자기 개념간의 격차가 없을 때에 조화로운 상태에 이른다. 반대로 이들의 격차가 벌어지면 부정적인 심리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SNS가 바로 실제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격차를 벌여놓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이 현실을 놀이화하여 즐기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인간의 욕망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내가 당장 구매하고 싶은 상품이 타인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육각형 인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비교와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도 자신의 일상 노출을 최소화하고, 날 것 그대로의 사진을 공개(포토덤프)하며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현상도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우리 세대는 사회가 원하는 완성된 인간형의 추구로 인해 극도의 부담감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따르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욕망으로부터 멀어지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진정한 행복이란 대외적인 '육각형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닌 바로 나다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제 가격은 하나가 아니다.
같은 종류의 물건에 정해진 하나의 가격. '일물일가의 법칙'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번 일본 여행을 떠나기 전 구매했던 디즈니랜드의 입장권 가격, 영화 예매권이 가격, 하루가 다르게 변동하는 항공권의 가격 등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가격 변동을 경험한 바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버라이어티'하게 달라질 수 있으며, 공급자와 유통자는 가격 책정을 '전략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를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이라고 명명했다. 전문가들은 제품(Product), 가격(Price), 판촉(Promotion), 유통(Place)으로 일컬어지는 4p 전략 중 가격 전략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고 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지불 용의(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최고 금액)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이 확보되면서부터 가격은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가격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이다. 헤르만 지몬의 저서에서 가져온 말로 가격의 다변화를 이끄는 것이 바로 소비자의 가치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같은 물건이라도 그 가치를 다르게 인식할까? 다음의 세 가지 가격 정책을 통해 살펴보았다.
첫 번째는 시간 버라이어티. 가격 정책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영화의 조조할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다. 수요가 줄어드는 시간이나 기간 동안 가격을 인하하여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다. 또한 웹툰이나 웹소설 등에서 활용하는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전략도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들 수 있겠다. 두 번째, 채널 버라이어티는 어떤 장소, 어떤 경로(구매 채널)로 구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전략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동일한 제품이라도 최저가 성지를 찾아 구매하며, 가격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모습도 보여진다. 기업들은 실시간으로 가장 저렴한 주유소의 정보나 헬스장 PT 가격의 정보를 알려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채널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에서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D2C라고 한다. 이는 제조사가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말한다. 제조사는 초기에 판매 채널 구축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채널을 통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고 그들의 취향과 구매 패턴을 분석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는 고객 버라이어티다. 이 유형은 인구 통계학적 특성과 구매 행동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격을 바꾸는 전략이다. 바야흐로 이제는 모든 소비자가 서로 다른 가격을 제안받는 초개인화 가격 시대라고 말한다. 기업들은 유치하기 어려운 신규 고객이나 첫 방문 고객을 위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미 퍼스트파티 쿠키가 쌓여있는 e-커머스 업계들은 이를 활용해 적재적소에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 전략은 옵션 버라이어티다. 말 그대로 상품의 기능이나 수준을 다양하게 옵션화하여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항공사에서는 위탁수하물의 가격을 달리 측정하거나, 이코노미 좌석의 가격을 더 세분화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호텔 업계에서는 '분초사회'의 시간 쪼개기 논리가 적용된 '반차캉스 패키지'라는 재미있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가격 버라이어티 전략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IT 기술의 발달과 가격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이 수월해지고, 가치 소비의 힘이 커지면서 수 많은 변수를 실시간으로 계산해내는 AI의 가격 결정 기능이 작용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플랫폼의 성장과 다양화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보다 나은 서비스라 할지라도 가격 인상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지불 용의를 높일 수 없게 되었다. 가격 버라이어티 전략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다. 연속적인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가격 초개인화' 시대는 점점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을 위해서 필요한 준비로 마무리를 짓겠다. 첫 번째, 가격 컨트롤 타워를 구축할 것. 대게 수 많은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은 이에 대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반응과 패턴을 분석하고 경쟁 업체나 제품의 수준 등 다양한 변수를 파악하여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두 번째,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 차별이 필요하다. 무조건 비싸고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는 고객이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높여주는 가격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요즘 사람들의 재미 추구는 과거 어느 때에도 보지 못했던 특별함이 있다.
우리는 숏폼을 하루에 얼마나 시청할까. 한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가 쇼츠를 처음 선보인 이후 유튜브 시청자 뷰의 약 80% 이상이 쇼츠에서 발생하고 있다(2023년 1월 기준). 짧고 강렬한 자극에 중독된 것은 아닐까. 재밌는 것을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과 농작물을 줍듯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에서 유래된 게임 용어 '파밍'이라는 단어를 결합하여 명명한 '도파밍'이라는 소비 트렌드를 알아보자.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도파밍'할까. 첫 번째는 랜덤 상황에서다. 말 그대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뇌과학적으로 인간의 뇌는 예측 불가능한 일을 더 갈망하며, 결과가 예측을 한참 벗어났을 때에 도파민이 더욱 활성화된다고 한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스쿱마켓'이라는 놀이가 이에 해당하는 사례다. 두 번째는 상식을 벗어난 엉뚱한 행동에서 느끼는 재미이다. 국내의 사일런트 디스코나 미국의 색상 테마 파티 등이 유행한 사례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겠다. 세 번째 유형은 무모한 목표에 도전하면서 느끼는 재미다. 여기서 도전이란, 도전 자체가 유머러스한 과제이거나 도전의 성공 여부를 지켜보는 것에서 느끼는 스릴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겠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통해 무모한 도전 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에너지 드링크 회사인 레드불을 꼽을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유형은 고통과 공포와 같은 기괴한 경험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에 따르면 무섭고 황당하고 두려운 것을 볼 때도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길티 플레저'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길티 플레저란 죄책감과 동시에 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요즘 사람들은 '도파밍'에 빠지게 된 것일까. 먼저 '재미'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 변화를 이유로 설명한다. 단순히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 불과했던 과거의 '유희'가 현대인들의 지친 일상 속 활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재평가되며 그 가치가 달라졌다. 또한 매체의 다양성과 변화도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이는 영상언어의 특성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된 이 시점에서 이제 본업만 잘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다. 이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차별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도파밍 트렌드다.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짧고 자극적인 컨텐츠의 지속적인 소비로 인해 우리의 뇌가 집중력을 잃고 점점 '팝콘브레인'이 되어가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는 진정 호르몬의 분비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앞으로는 도파민 분비에 필요한 재미와 쾌락 추구에서 한 발 물러선 안정적인 행복과 긴 호흡을 위한 트렌드의 필요성도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 특히 남성들의 생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남편들에게만 통용되었던 '가장'이란 타이틀의 주체가 흔들리고 있다. 「일이면 일, 육아면 육아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슈퍼 대디를 꿈꾸기도 하지만 때로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고군분투하는 남편」이 바로 '요즘남편'이다.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사회 진출도가 높은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육아와 동시에 직장을 다니며 '워킹맘'이 된 것과 같이, 이제는 남편들도 사회생활과 집안일을 함께 해내야 한다는 점을 공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사회의 청년들은 3명 중 1명 정도인 36.4%만이 결혼에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30~40대 초반의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는 변화한 현대 남성들의 모습을 '요즘남편 없던아빠'로 지칭한다.
결혼은 이제 나이의 영향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전전긍긍 여겨지던 관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더 이상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결혼은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등 상대방의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결혼 상대를 찾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드는 비용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신혼집 마련이 결혼 비용의 84%가량 사용되기 때문에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를 준비하던 과거의 풍습이 '힘을 합친다'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요즘남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양육하며 맞벌이를 하는 모습은 이제 아주 흔한 풍경이 되었다. 양육에 드는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에 여성들도 직장을 놓을 수 없다. 그만큼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가사 분담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덕분에 요즘남편으로서 성공적인 결혼 생활 요인으로 꼽는것이 바로 눈치력이라고 한다. 가사 및 육아 과정에서 수동적인 모습보다는 능동적으로 재빠르게 알아서 척척 해내는 판단력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결혼 과정이나 육아에 있어서 부모님과의 관계 유지도 중요해졌다. 아내와 같이 맞벌이를 하는 남편이 많기 때문에 자녀 돌봄에 있어서 조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어진 탓이다.
그렇다면 아빠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을 책임지고, 주말이면 자녀와 함께 병원이나 문화센터에 간다. 이전 세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없던아빠'의 모습이다. 실제로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10년 이상 근무 중인 본인 친구의 경험에 따르면 학부모와의 소통 과정에서 아버지들의 참여가 과거 대비 많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아빠들의 변화는 일터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는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휴직 신청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게 된 남성들로 인해 가전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들은 육아 또한 소위 말하는 '장비빨'로 승부를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없던아빠들은 그만큼 포기해야하는 것도 많아졌다.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해진 아빠들이 퇴근 후 곧장 귀가하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는 점점 축소되었고, 결혼 전 자유롭게 즐겨왔던 게임과 같은 취미 생활도 쉽게 즐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결혼할 결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변화를 남성과 여성이 모두 사회에 진출하면서 겪게 될 정해진 미래였다고 말한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젠더 대수렴'이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젠더 대수렴은 성 평등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직업 활동, 가사, 양육 등 각자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던 남성과 여성의 삶이 한 영역으로 수렴하면서 서로의 역할과 기회가 유사성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가정생활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매우 바람직한 양상으로 보이지만, 남성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은 직업 활동을 통해 독립성과 자립심을 갖추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이 비해 같은 세대 남성들은 아버지 세대에게 배운 남성성의 영향으로 여성성을 수용하는 정도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와 같은 심리적 장벽에 대한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겠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사항이 된 이 시대에, 결혼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희생을 필요로 한다면 누구도 선택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변화하는 것을 함부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는 성별에 대한 격차와 논란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변화의 계기가 되어줄 사회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 실제로 직장 만족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출산 의향 또한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혼인인구가 줄고 저출산이 지속되는 것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와 기업 모두 우리 세대의 긍정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함께 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변화에 조직이나 개인이 가장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스핀오프다.
'스핀오프'란 사전적 의미로 누에고치에서 실을 잣듯이 '파생되다', '(원심력으로)분리되다'라는 뜻이지만, 콘텐츠 영역에서는 원작을 중심으로 작품이나 캐릭터가 파생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스핀오프가 이제는 브랜드나 기술, 더 나아가 개인의 경력 개발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스핀오프 개념이 확장하는 트렌드를 '스핀오프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전환하는 '피보팅'과는 달리 사업을 확장하고 결합하며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일련의 프로젝트 활동이라는 취지에서 '프로젝트'라는 꼬리표를 붙였다」고 한다. 콘텐츠, 브랜드, 기술, 조직, 개인 경력의 총 다섯가지 영역에서 스핀오프에 대해 살펴보자.
스핀오프 트렌드는 콘텐츠 영역에서 출발하였다. '디즈니'라는 기업의 성공을 콘텐츠 스핀오프의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콘텐츠 스핀오프는 원작이나 세계관을 공유하는 외전이나 번외편 등의 개념을 등장시켰다. 나 역시도 한 때 '어벤저스' 시리즈를 통해 스핀오프로 확장된 마블 유니버스의 세계관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저자는 스핀오프가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영역을 콘텐츠로 꼽는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소비 비용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검증된 내용과 캐릭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한다.
콘텐츠 다음으로는 기업의 브랜드 영역에서의 스핀오프 방식을 살펴보았다. 최근 SNS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알게 된 '미우미우'라는 브랜드가 바로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스핀오프 브랜드라고 한다. 미우미우를 통해 기존의 브랜드가 더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한다. MBC의 '14F'는 미디어 스핀오프 사례로 등장한다. 이 밖에도 대교 그룹에서 론칭한 '대교뉴이프', 노브랜드의 '노브랜드버거' 등 다양한 기업들이 스핀오프를 통해 비지니스 다각화를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브랜드의 스핀오프가 성공하면 새로운 브랜드 팬덤이 기존 브랜드로 유입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스핀오프 브랜드를 만들 경우 기존 브랜드와의 차별성과 동시에 연관성을 고려해야하며, 이를 통해 기존 브랜드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할 것이다.
기술 영역에서는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사례를 통해 스핀오프를 설명한다. 적외선 귀 체온계나 동결 건조식품, 메모리폼 등이 모두 나사의 기술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한다. 나사는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실생활에 쓰이는 제품이 2,000개 이상이라고 한다.
다음 조직 스핀오프 사례는 사내벤터 설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내벤처는 모회사의 자금력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스타트업보다 유리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7년 전세계를 열광시킨 '포켓몬 고'를 제작한 '나이앤틱'이라는 회사도 구글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회사이며,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삼성전자 또한 2012년부터 꾸준히 사내벤처 육성으로 스타트업 발굴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업은 스핀오프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고착화된 시스템을 수정할 수 있고, 신규 창업가들은 모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서로 간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 개인 경력은 사이드 프로젝트와 같은 자기개발을 통한 개인적인 영역의 스핀오프다. 이는 취미나 여가와 달리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서 자기 주도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의지적인 활동을 말한다. 이제는 기업들도 과거와 달리 직원들의 스핀오프 프로젝트를 장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마케팅 에이전시 '대학내일'의 경우 직원들의 겸직 금지 조항을 삭제하여 N잡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고 소개한다.
'매일유업'은 사명에서 '유업'을 떼어내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유업이라는 사명이 브랜드 이미지를 축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역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2021년 사명을 '기아'로 수정했다. 이들은 모두 스핀오프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스핀오프 트렌드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던킨'이 사명에서 '도넛'을 삭제하고 '스타벅스'가 '커피'를 삭제했다. 그러나 트렌드 코리아는 스핀오프가 기업 성장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특히 플랫폼 기업의 경우 독과점이나 골목 상권 침해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핀오프가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기대가 된다는 전망이다.
과잉의 시대다.
수많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된 소비자들은 새로운 소비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작년에 발매된 뉴진스의 노래 'Ditto'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Ditto'의 뜻은 무엇일까. 음악만 즐기고 제목의 뜻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나도', 또는 '이하동문'이라는 뜻이다. 이번 트렌드는 바로 '나도' 구매하는 소비 현상을 명명한 '디토소비'다. 디토소비의 구매 의사 결정은 구매자가 필요 인식에 의해 정보를 탐색하고 대인 평가 과정을 거쳐 결정됐던 전통적인 과정에 비해 많이 간결하다. 디토소비의 경우 이미 필요 인식 단계부터 추종이 이루어져 대리체가 제안하는 제품이 곧 구매자의 의사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에 성행했던 맹목적인 따라하기와는 달리 「개인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주체적 추종의 모습을 띈다.」 디토소비의 추종 대상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알아보자.
첫 번째 대상은 사람이다. 최근의 추종 소비는 기존 팬덤들의 무조건적인 소비와는 다르게 대상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가치관에 주목한다. 사람 추종 소비는 유명한 전문 인플루언서들 뿐만이 아니라 의학, 메이크업, IT 등 보다 더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진다. 각종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내부 직원을 전문가로 내세워 (임플로이언서 employee + influencer) SNS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 디토의 대상은 유명인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들, 일반인이 될 수도 있다. 맛집을 찾는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통해 이를 확인해볼 수 있겠다.
두 번째 대상은 콘텐츠다. 콘텐츠 디토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영역은 여행이다. 글로벌 예약 플랫폼 '익스피디아'가 2023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영화와 드라마가 소셜미디어를 제치고 여행 목적지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 1위로 선정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세트-제팅'이라고 부른다. 콘텐츠 디토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밖에도 패션, 인테리어,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 디토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지막 대상은 유통 채널(커머스)이다. IT 기술의 발달로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온라인, 모바일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특히 온라인 쇼핑 중에서도 특정 카테고리 상품만을 취급하는 전문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전문 영역을 가진 쇼핑몰을 '버티컬 커머스'라고 하는데, 편집숍, 큐레이션숍 등이 이에 해당한다. 커머스 디토는 이러한 버티컬 커머스에서 판매중인 상품들을 추종하고 구매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행 숙소 예약 플랫폼인 '스테이폴리오'는 소비자에게 '쉼표 여행자'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고 숙소에서의 경험을 큐레이션해주는 방식을 통해 커머스 디토 소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디토 소비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복잡한 소비 환경이라 하겠다. '분초사회'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소중한 자산이다. 이 시대는 효율을 중요시하는 사회다. 그러나 소비에 앞서 비교해야할 유통 채널은 늘어나고, 제품은 상향평준화되고, 선택지는 다양해졌다. 분초사회의 소비자들에게 선택지가 넓어져 오히려 부담이 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시장의 권력이 자연스럽게 소비자로 이동했다.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개인의 가치관으로 이동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디토 소비 트렌드 앞에 소비자가 경계해야 할 것은 경제적 여건과 가치관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소비 습관이다. 맹목적인 추종은 우리를 언제든지 위험에 빠트릴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판단력과 주체적 안목이 필요한 때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브랜드 철학과 신뢰할 수 있는 '시그니처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장벽을 허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이 정주하는 '고정된 도시'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지는 '유연한 도시'로 도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 OO동에 사는 A씨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IT기업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게 되어 주로 판교에서 식사를 하고 모임을 가지게 된 탓에 OO동 집은 거의 하숙집처럼 이용하게 되었다. 그는 서핑 마니아로 주말마다 집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서핑을 다니다가 최근에는 하남시 OO동 오피스텔로 혼자 이사를 했다. 양양과의 접근성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얼마 전 회사가 양양 워케이션 센터 근무를 허락해 지난 두 달 동안 A씨는 양양에서 지내며 낮에는 근무를, 새벽과 저녁에는 서핑을 즐겼다. 다음달이면 다시 판교로 복귀해야하는데, 서울 OO동 부모님 댁으로 갈지, 하남시 OO동 오피스텔로 갈지 고민 중이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소개한 사례가 유용할 것 같아서 요약해보았다. A씨는 어느 지역 사람일까. 서울 사람? 경기도 사람? 아니면 강원도 사람? 관공서에서 판단했을 경우 A씨는 서울 사람이 맞다. 하지만 그의 주요 소비 지역은 판교이고, 지난 두 달은 양양에서 보냈다. 과연 A씨는 어느 지역 사람일까.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유동적으로 변하게 되면서 거주지와 인구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있다. 이처럼 도시와 지역의 유연한 변화를 저자는 '리퀴드 폴리탄(liquid politan)'이라 명명한다. 이는 액체처럼 유연하고 서로 연결되며,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가변체라는 점이 강조된 명명이다. 리퀴드 폴리탄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인구'에 대한 개념 이해가 조금 필요하다. 이전까지는 상주지(거주하는 곳)를 기준으로 조사된 '정주 인구'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던 반면, 사회 이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주 인구 뿐만 아니라 관광객, 통근자 등 지역에 일정시간 체류하는 사람들을 모두 지역의 인구로 보는 '생활 인구'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2018년부터 추계하기 시작한 새로운 인구 모델로, 2023년부터 시행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명문화되어있는 개념이라고 한다. 이는 기존의 정주 인구가 아닌 생활 인구를 기준 개념으로 삼고 있다. 이 생활 인구에 기반한 도시를 리퀴드 폴리탄이라고 볼 수 있다.
액체처럼 유연한 도시, 리퀴드 폴리탄은 공공기관이나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마스터플랜'에 입각해 설계된 도시가 아니다. 리퀴드 폴리탄은 시그니처 스토어(특정 지역에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점포), 지역 기업가, 도시 기획자, 커뮤니티의 역할이 원활하게 교류할 때 만들어진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리퀴드 폴리탄은 저조한 출산율이 자초한 필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시기에는 수요가 따라주었기 때문에 신도시 건설이나 재건축이 효율적이었으나, 인구가 감소하는 현시점에서는 지역의 특성에 걸맞는 콘텐츠를 채워넣고 재해석하는 것이 보다 더 효율적이다. 더불어 교통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이 익숙한 '플로팅 세대'의 등장 역시 리퀴드 폴리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도시의 패러다임을 위해 지역들은 그 지역만의 특색을 갖춰야 한다. '도시 아카이빙'이라는 말처럼 지역의 고유한 문화 자본에 집중해 정체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는 공공기업보다는 민간 주도의 창의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도시 기획이라는 타이틀을 공공기업의 지원 없이 온전히 민간과 개인이 부담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민관이 협력을 통해 지역의 활기를 조성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돌봄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인간은 돌봄의 역사 속에서 발전해왔다. 서로를 돌보고 지키며 보살피는 공동체 생활을 했기 때문에 우리 인간이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다. '돌봄'이란 본래 나보다 나약한 사람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행위로써의 인식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그 인식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건강 정도에 상관 없이 관리를 받고, 전문 분야에서의 노하우나 정보를 제공받고 대체하는 일 모두 돌봄의 행위로 본다. 나이와 신체적 조건 상관없이 누구든 돌봄이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돌봄 경제'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 아래의 세 분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분야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 돌봄'이다. 노인과 아이 돌봄, 그리고 아픈 사람을 보살피는 간병이 해당 유형에 속한다. 배려 돌봄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점점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술과의 접목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IT 기술의 발달로 돌봄 인력 매칭 서비스나 시니어용 웨어러블 로봇 등 '돌봄테크' 관련 산업이 두드러지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신기술에 대한 전문 인력의 직무 교육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분야는 '정서 돌봄'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분석 결과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우울증 환자와 불안 장애 환자가 3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 중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다. 이와 같은 통계 결과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났음을 방증함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극복하고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고령의 정서 돌봄도 중요하다. 은퇴와 자녀의 독립이 초래한 이들의 정서적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민관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 '관계 돌봄'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를 돌보는 것을 말한다. 돌봄도 이제는 보편화되었다. 편의점이 '파출소'의 역할을 담당하는가 하면 빨래방이나 골목 서점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의 거실로 이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관계 돌봄은 다른 분야와 달리 지역사회 의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기업 내에서는 임직원들을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공기관들도 관계 돌봄을 위한 서비스와 방안을 내놓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돌봄은 이제 점점 더 경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회 구성원과 약자를 돌보는 활동은 이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기틀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현대의 돌봄 대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돌봄의 대상과 주체가 될 수 있다. '돌봄의 의무를 한정짓지 않아야 한다.' 법적인 가족 범위 확장의 필요성에 대한 말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돌봄 대상 가족을 '마치 가족과 같이 친밀한 자'로 확대했다. 공동체를 이룰만큼 돌봄이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돌고 돌아 우리는 언제든 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돌봄은 인류의 과거에서부터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 '돌봄 경제'란 기술의 발달과 팬데믹의 영향으로 거리두기와 외면이 일상이 된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경제 순환으로 여겨진다.
- 저자
-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이수진, 권정윤, 한다혜
- 출판
- 미래의창
- 출판일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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