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피엔스> 독서 후기
📚 책소개
'천재 사상가'(뉴욕타임스) 유발 하라리의 대표작 《사피엔스》. 이제 불황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국내 출판시장에서도 《사피엔스》는 인문교양 분야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2023년 1월 기준 '200쇄 발행·115만부 판매'라는 놀라운 기록을 거두고 있다. 인류 역사와 미래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사피엔스》의 통찰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책 서두에는 2011년 원서 출간 이후 10년을 돌아보고 위기 상황을 맞은 인류에게 건네는 제언이 특별 서문으로 수록되었다. 현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키워드로 '인간 이해'를 강조한다. 출간 10주년 서문이지만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개인적인 소회보다는 유례없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동료 사피엔스에게 전하는 호소가 담겨 있다.
책을 읽은 것은 아주 오래 전이지만,
책을 읽고 일기 형식으로 적었던 잡담이 남아있기에 조금 다듬어서 올려봅니다.
2023년 3월 5일 어느 날.
드디어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겨우 다 읽었다.
사실 너무 띄엄띄엄 읽어서 제대로 읽은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사피엔스〉라는 이 책은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의 시작과 지나온 역사, 그리고 우리 인간의 현재와 앞으로의 닥쳐올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의 견해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내용 입력이 안되어도 열심히 읽었다.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역사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다양한 정보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여기고 몇 달에 걸쳐(...) 노력 끝에 다 읽었다.
독후감이라는 걸 작성해 본 게 아마 초등학생 때가 마지막일 것이다. 그때도 참, 책을 읽지 않았다. 책과의 거리가 인천대교의 시작과 끝처럼 먼 사람이기에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지금 내가 읽은 이 책은 결국 인류가 인류를 멸종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쳐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더욱 깊어지고, 그에 따라 행복의 추구라는 명목 아래 인간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 시대에 도래한 지금의 인류는 인간을 대체할 신인류를 창조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다. 그 이후의 인간은 과연 행복할까.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욕구를 입히고 덮고 채우면서 충족된 욕구만큼 유기체는 사라진다. 인류는 지금도 본체의 일부를 기계나 컴퓨터에 의지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모든 행동과 사고를 컴퓨터 시스템에 의탁하게 될지도 모른다. 끔찍하지만 그렇게 된 시대를 살아야 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시대의 흐름은 대부분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우리는 의심을 품은 채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와 이념을 따른다. 혁명은 자연스럽게 온다. 예고도 없이 파도처럼 자연스럽게 내 세상을 뒤덮고,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가 다시 새로운 파도로 되돌아온다. 과거의 인류가 어떤 계기들로 하여금 혁명을 겪고 다가오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았듯이. 우리 또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말할 수 없다.
동생은 인류가 멍청하다고 늘 이야기한다. 나도 잘 알지만 그것 또한 사피엔스의 역사다. 나는 과거보다는 현재를 중요시하는 편이다. 지난날의 과오나 실수를 후회 속에 가둬둔다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후회를 비록 강도 높게 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게 끝내면 된다. 지금의, 앞으로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 먼 미래도, 과거도 아니고 지금의 나. 변화와 시대를 받아들이는 지금의 내가. 내가 쓰고 있는 이 일기가,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가, 점심에 먹은 음식이.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과거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돌아보게 하고, 미래가 아닌 현실을 깨닫게 한다. 인류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들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한편,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컴퓨터가 지배하는 참담한 미래. 기계조각을 이어 붙인 뇌를 이식하게 될 유기체의 무기체화 등. 내가 개인적인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탐색하고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죽음은 슬픈 것이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죽음이 가까운 미래에 사라진다면 나 또한 영생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이다. 영생을 누리게 된 인류는 또 다른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혀 보호받지 못하더라도 죽지 못해 살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알고 미래를 가늠해 보고, 현재를 산다. 과거뿐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은 지금의 삶을 잘 살아보기 위해 필요한 요소 정도로 여겨진다. 책을 읽는 것도 그렇다. 내 작은 두뇌에서 뽑아낼 수 있는 상상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사회, 문화를 잠시나마 간접 체험해 보는 것이다.
이 책으로 하여금 접했던 새로운 정보와 지식들은 사실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당당). 영국이 대영제국을 번영하던 시절의 이야기나,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섬에 대한 이야기, 대체에너지 생산에 대한 열망이 산업혁명을 야기한 이야기, 인간의 질병을 고치기 위한 컴퓨터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이야기 등. 얼레벌레 단어들이 떠오르긴 해도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원래 책을 읽으면 다 이런 건지. 아니면 다년간 마셔온 술과 게으름이 뇌를 굳혀버린 건지. 이 점은 나 스스로가 참 안타깝다.
이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 왔다. 인문학 책을 꽤 긴 시간 읽었으니 가벼운 소설책을 읽을 차례인가. 호호호. 머릿속이 복잡하니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을 골라봐야겠다.
- 저자
- 유발 하라리
- 출판
- 김영사
- 출판일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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