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미용실 커피는 왤케 맛이 좋을까.
헤어스타일이 단발로 바뀐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씩 미용실을 가기 시작했다. 미용실을 알아보고, 예약하고, 먼 곳으로 다녀야 하는 것이 너무너무 귀찮지만(동네에는 스타일이 맞는 미용실이 없다...) 머리가 1cm만 자라도 답답해서 한달 즈음 되면 습관처럼 미용실 예약을 걸고 있다. 내 헤어는 가닥이 얇은데, 숱이 많은 편이다. 스타일은 층이 없는 칼단발인데, 반곱슬이라 매직을 하지 않으면 초코송이처럼 안으로 말려서 작년부터는 매직 시술을 하고 있다. 나와 맞는 곳을 찾지 못해서 이 곳 저 곳 찾아다니는 미용실 유목민이다. 주로 은평구 미용실을 유랑하고 있다. 다양한 미용실을 다녀보면서 느낀 점은 예약할 때 스타일 목록을 보고 원하는 스타일 시술이 가능한 선생님을 지정하는 것이 좋다는 것(네OO 예약 기준). 선생님을 지정하지 않았더니, 개인적으로 불편한 일이 많았다. 같은 칼단발이래도 선생님마다 이해하고 있는 커트 스타일이 다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어떤 선생님은 안으로 숱을 치고, 또 다른 선생님은 바깥으로 숱을 친다. 어떤 선생님은 옆으로 쏟아지는 머리는 길게 자르고, 또 어떤 선생님은 바가지를 얹힌 듯 정확하게 일자로 자른다. 숱가위로만 숱을 치는 선생님도, 숱가위와 커트 가위 모두 이용해 숱을 치는 선생님도 있다. 둘쑥날쑥 자르는 선생님도 있다.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집에서 정리한 적도 많다.
미용실은 철저하게(?) 관리되는 서비스로 인해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오감이 모두 곤두서는 곳이다. 드라이기 돌아가는 소리와 헤어용품 냄새,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 미용사 선생님의 손길, 그리고 맛있는 커피까지. 미용사쌤 두명이 붙어서 나의 머리를 말리고 펴주실 때면 좋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만큼 긴장도 많이 된다. 선생님이 앞머리를 자르거나 빗 없이 조마조마하게 기장을 맞추는 경우에는 나도 덩달아 긴장이 되어서 움찔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다른 장소보다도 더 빨리 지치는 것 같다. 미용실만 가도 진이 다 빠진다. 그 때 넘어가는 커피 한 입이 정말 꿀맛이다.
그래서 결론은, 미용실 커피는 참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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