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키 17> 개요/줄거리/후기
🎞 미키 17
Mickey 17
개요 한국 | SF 외 | 137분 | 15세이상 관람가
개봉 2025.02.28
감독 봉준호
출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레트, 마크 러팔로
줄거리
"당신은 몇 번째 미키입니까?" 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미키'. 기술이 없는 그는, 정치인 '마셜'의 얼음행성 개척단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4년의 항해와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 뒤에도 늘 '미키'를 지켜준 여자친구 '나샤'. 그와 함께,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과 출력의 사이클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나 '미키 17'이 얼음행성의 생명체인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을 위기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현실 속에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자알 죽고, 내일 만나"
(스포주의)
영화 〈미키 17〉은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2056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미키 반스는 친구인 티모와 함께 빚을 내어 (햄버거보다 더 인기 있을 거라고) 마카롱 가게를 차렸다가 쫄딱 말아먹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보육원 출신이라 연고도 없고, 남은 금전도 없이 팔다리가 잘려 죽을 상황에 놓인 미키는 지구에서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정치인 '케네스 마샬'의 얼음행성 '니플하임' 개척단에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업군으로 참여하게 된다. 리얼리? 익스펜더블 도큐먼트 디테일 체크 오케이?(알파벳만 아는 사람이 썼습니다...) 접수대의 직원이 여러 차례 되묻지만, 미키에게는 선택지가 마땅찮았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자격증이 전혀 없었다. 친구인 티모는 비행선 조종사(?)로 취직이 되었나 보다. 임시 면허를 받은 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익스펜더블, 아엠 오케이. 미키는 그 길로 외장하드 같은 벽돌 하나에 뇌 데이터를 복제당한다. 계약에 앞서 반드시 계약서를 정독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시련을 피해 회피하듯 도망쳐왔건만, 더 큰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키 17'은 열일곱 번째 프린팅 된 미키를 말한다. 익스펜더블이 된 그의 역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방사능에 노출되고, 검증되지 않은 약을 먹는 것, 다시 말해 인간이 죽음과 맞바꿔야 하는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실험용 쥐처럼 소모된다. 미키는 개천석에 올라선 지난 4년 8개월동안 죽을 정도로 뺑이를 치고, 정말 죽는다. 인간을 위해,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을 끝낸 미키의 결말은 죽음뿐이다. 그러나 인체 프린팅이라는 신기술을 통해 다시 출력되어 완벽하게 되살아난다. 익스펜더블은 말 그대로 소모품이다. 쓸모를 다 하면 다시 생산되고, 또다시 생산된다. 뇌 데이터는 작은 벽돌 하나에, 신체 데이터는 프린팅 기계에 저장되어 있다. 덕분에 안과 밖 모두 전과 동일한 미키의 모습 그대로 다시 드르륵 득득 출력된다. 그 횟수가 어느덧 열일곱 번에 이르렀다.
죽음을 열여섯 번 경험하게 된 미키의 시간이 처절한 것만은 아니다. 미키에게도 '나샤'라는 여자친구가 생긴다. 사이클러(각종 폐기물과 미키의 시체를 처리하는 용광로)와 다를 바 없는 지옥의 탐사선 안에서 낙원이 되어준 여성이다. 그녀는 니플하임 개척단의 보안 요원으로 소방관, 경찰, 군인 업무를 겸직하는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다. 무리 내에서 미키를 챙겨주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미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올바른 사상과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지만 때때로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뭐랄까... 대체로 만화적이랄까.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행동들을 자주 보인다).
미키의 위기는 열일곱 번째 미키가 죽지 않고 생존하여 복귀한 이후 절정에 이른다. 니플하임 행성 탐사를 나섰던 미키 17은 행성의 원주민인 생명체 '크리퍼'와 맞닥뜨린다. '크리퍼'는 마샬이 즉흥적으로 명명한 이름이다. 아기들은 소형견 몸집만큼 작지만, 성체는 코끼리를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하다. 콩벌레(...)와 유사한 외형을 지녔으며, 쿠르릉 꾸르륵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한다. 감독님이 크루아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썩은 기름에 튀긴 크루아상 같다는 대사를 본 것도 같다. 다시 보니 초코소라빵 같기도 하고(...베이커리류를 닮았네...). 크리퍼에게 잡아먹힐 것이라 장담했던 미키 17은 도리어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 탐사대로 복귀한다. 그러나 돌아온 미키를 환영하는 것은 생존에 대한 안도감이 아닌 새롭게 프린팅 된 '미키 18'이라는 재앙이었다.
영화에서는 프린팅 된 인간이 2인 이상 공생할 경우 이들을 '멀티플'이라고 부른다. '멀티플'은 인체 프린팅 세계관 속에서 금기하는 사항이다. 내가 똑같이 복제돼서 두 명 이상 있으면 좋은 것 아니여? 한 명은 회사로 보내고, 한 명은 집에서 쉬는 짓을 번갈아 하면 얼마나 개꿀이게요. 나샤도 미키가 한명 더 늘어나자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그러나 본인의 단편적인 생각을 지워주는 끔찍한 사례가 소개된다. 프린팅 기술을 주관하던 박사 '앨런'이 스스로를 복제해 노숙자들을 상대로 연쇄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체 프린팅 기술이 종교계의 규탄을 받자 그들의 자금력으로 새로운 행성 개척을 꿈꾸던 케네스는 탐사대 내에서 멀티플이 발생할 경우 대상을 말소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 미키는 이제 영구 폐기라는 영원한 죽음을 눈앞에 마주하게 된 것이다.
줄거리 소개가 길어진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회적 문제는 인간 복제, 인체를 프린팅 하는 기술에 따르는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적 가치의 추락에 대한 것이다. 이를 두고 과학계와 종교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된다. 배경적으로 드러나있기도 하지만, 미키를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를 통해 더 깊게 체감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현대사회의 모습과 닮아있는 듯도 보인다. 억지스럽고 아둔한 지도자의 모습은 자꾸만 누군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그의 양 쪽 어깨에는 또 다른 입이 있다. 두 어깨가 아주 무거운 사람이다(다른 의미로). 기념비로 세울 커다란 돌을 구해와 반으로 쪼갰을 뿐인데, 자신의 위대함을 엄포하고, 우월한 종족의 번식이라는 다소 구시대적인 마인드도 지니고 있다. 2056년에 다시 등장한 이 우생학은 이미 오래전 쇠퇴한 근거 없는 이론이다. 〈매드맥스〉에서 보았던 것처럼 지나친 기술의 개발과 발전이 문명의 역행을 초래한 것처럼 보인다.
미키 18의 등장과 함께 본격 미키의 자아 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죽는 것이 끔찍한 한편,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미키가 처음으로 운명을 거스른다. 미키 17은 다소 십팔스러운(...) 성격의 미키 18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놓이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기억과 두뇌, 체형 등 모든 것이 동일하게 복제된 같은 사람인데 성격이 어떻게 다를 수 있지? 설정이 요상하군? 의문스러운 점도 있었는데, 모두 동일한 미키가 맞았다. 난폭한 미키도, 장난스러운 미키도, 어리숙한 미키도 미키다. '내 잘못이 아니야.' 미키는 어린 시절 자신의 행동과 실패한 인생을 통틀어 벌을 받는 중이라고 여기지만, 어쩌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를 위로를 본인에게 던진다. 백 마디, 천 마디 위로와 조언이 뒤따라도 스스로 깨부수지 못하면 벗어나지 못하는 감옥이 존재한다. 거울 치료가 된 것도 같다. 후기 중에서 우연히 본 '나를 망치러 온 구원자'라는 말이 가장 알맞은 정의인 것 같다. 미키 18은 17을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희생한다. 영화는 미키 17에서 미키 반스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으며 끝이 난다.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이 영화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대사가 아닐까. 처음에 드는 생각은 그랬다. 사람들은 왜 저 질문을 할까. 죽음과 감정의 결합이 철학적으로 다가와 어려웠다. 죽으면 죽는 거지. 죽는 순간의 기분이 궁금한 이유는 뭐지. 짓궂은 이들의 질문은 호기심에서 우러나온 장난처럼 들렸으나, '카이'를 통해 다른 의미를 찾았다. 카이도 초반에는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눈앞에서 각별한 친구(...아니면 연인일수도)의 죽음을 목격했다. 더군다나 돌무더기에 깔려 끔찍하게 죽었다. 덕분에 카이의 질문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우리는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이, 죽음 이후의 영원이 평온하길 바란다. 그 죽음이 끔찍했다면, 더더욱 그럴것이다. 사실 미키를 유혹하려는 모습 때문에 진심인지 아닌지 아직도 헛갈리기도 하지만, 친구의 죽음을 깊게 애도하고 있는 마음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죽는 순간의 감정,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없이 '아 죽는구나-' 하는 찰나의 순간은 오직 미키만이 알고 있다.
케네스의 부인인 비선실세 일파는 소스 집착 광공이다. 그녀는 살아있는 크리퍼의 꼬리를 자르고 갈아서 즉석 소스를 만들어낸다. 소스에 미쳐서 멀티플 미키들에게 크리퍼의 꼬리를 더 많이 잘라오는 사람을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을 향한 경고였을까.
선한 사람을 이용하는 악한 사람. 허영심 많고 무식한 독재자와, 이를 견제하고 맞서는 사람들. 선동에 흔들리는 군중과, 군중 속에서도 견고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 인간 군상 가운데 세상을 지키려는 움직임. 2056년의 이야기이지만 아주 오래전의 과거이거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배자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돌아가는 부조리 가운데 희생되고 있는 이들이 좌절과 절망이 아닌 극복과 투쟁의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빛의 영향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거대하다고 여겨진다. 영화 속에서 나샤와 미키의 기지와 의지가 세상을 바꾼것처럼.
배우들의 연기는 말 할 필요 없이 좋았다.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에서 완벽한 알파메일 연기를 선보였던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헐크에서 알게된 마크 러팔로도 마찬가지(아는 배우와 아는 영화 위주...ㅎ).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슴슴하게 흘러간다. 도파민이 끝내주게 샘솟거나, 흥미를 유발할 만큼 다이나믹한 장면은 거의 없다. 결말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로 개운한 감정을 얻어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채로운 시대적 감수성을 건들여주는 여운이 있었다. 전쟁과 환경파괴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막연했던 복제 인간에 대한 상상을 눈 앞에 재치있게 표현해주었고, 여기에 감독님 색을 입혀 시대를 관통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낸 영화라고 하겠다.
- 평점
- 8.5 (2025.02.28 개봉)
- 감독
- 봉준호
- 출연
-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레트, 마크 러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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